현대사회의 비판이론
오늘날의 눈부신 과학기술문명은 한마디로 ‘물질문명’이라 할 수 있다. 물질문명의 기초가 된 물질론적 세계관은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된다. 데카르트는 당시 가장 정교한 기계장치였던 시계에 빗대어 “우주는 톱니바퀴와 피댓줄로 구성된 정교한 시계장치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16 세기 당시의 혼란기에 분명한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시대적 욕구에 부응하여 주관과 객관의 분리, 혹은 마음과 몸은 별개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것을 일러 ‘물심이원론’이라고 한다. 과학의 연구 대상은 물질에 한정되며 이것이야말로 객관적인 대상이고 재현성이 보장되는 분야라고 보았던 것이다. 데카르트가 깔아놓은 물질문명의 바탕 위해 뼈대를 세운 사람이 뉴턴이다. 뉴턴의 운동역학 법칙으로 천체의 운동과 기타 여러 자연계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게 된 인류는, 자신감을 갖고 자연 정복은 시간 문제이며 설명 못할 자연현상은 없다고까지 설명했다. 미분법과 적분법이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실험과 관찰을 통해 지식을 축적하면서 발전된 과학기술은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촉매가 되었다.
그러나 근대화의 중심부에 위치했던 서구사회가 이론적 합리성에 토대를 두고 발전해온 과학기술의 성과에 힘입어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향유하고 있지만, 그 같은 풍요의 이면에는 수많은 근대화의 병리가 자리잡고 있다. 비인간화한 소외된 삶의 확산과 전지구적인 생태학적 위기의 증대 등이 그것이다. 이는 무지의 상태를 벗어난, 성숙된 자율적 인간의 추구라는 계몽의 이념과 배치되는 것이다. 계몽의 이념에 기초한 근대화의 과업은 이처럼 새로운 억압체계에 인간을 감금함으로써, 진보와 발전이 아닌 역사의 퇴행을 초래하였으며 자유의 실현 대신에 비인격적인 경제적 힘의 지배, 관료적으로 조직된 행정의 지배를 야기했을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계몽과 근대화의 성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는 비판이론이 등장하게 되었다.
1) 베버의 비판이론 : 합리화된 세계로서의 현대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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