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크손의 시간관과 생명의 드라마
머리말
앙리 베르크손(Henri Bergson, 1859-1941)이 철학적 사유를 시작함에 있어서 맨 처음 대면하였던 대상은 바로 시간 개념이다. 수학 경시 대회에서 그 재능을 인정받을 정도로 과학적 연구에 소질을 보인 청년 베르크손이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빠리 고등 사범학교에 입학한 것은 그의 담임 교사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그러나 소질은 어쩔 수 없어서, 고등 사범을 졸업한 직후까지는 그가 일찌기 스펜서(Spencer, 1820-1903)에 경도된 결과 수용하게 된 기계론적 이론들을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과학 철학에 관한 박사논문을 쓸 요량으로 과학의 근본적인 개념들을 검토해오고 있었다.
이때 그는 당연히 역학이나 물리학에서의 시간 개념을 접하게 되었으며 과학적 시간은 지속하지 않는다 는 사실을 깨닫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1) 플라톤이 철학을 경이 로 정의했듯이, 베르크손의 전(全) 철학은 이 최초의 놀라움에서 비롯된다. 베르크손은 흐르는 시간 앞에 선 자신의 경이를 항상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PM 2) 이 최초의 경이는 결국 과학적 인식 형태와 그 인식이 겨냥하고 있는 실재와의 간극에서 발생한 것으로, 아직까지도 베르크소니즘(le bergsonisme) 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당연히 베르크손과 함께 이 출발점에서부터 우리의 작업을 시작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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