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에 나타난 그리움의 정조
일반적으로 정지용의 시 세계는 감각적 경험을 통한 선명한 심상과 정제된 시어를 기반으로 자연 그 자체를 발견하고 있다 평가받고, 또 인식되어왔다. 특히 그의 시에 나타나는 자연의 모습이 화자의 내면이 투영되지 않은 그 자체로서의 자연이라는 점이 그의 서정시를 앞서서의 수많은 여타 서정시들과 구별하고, 또 감정을 억제하고 자연에 대한 감각적 인식 자체를 언어를 통해 드러내는 그의 시법은 모더니즘 혹은 이미지즘으로 규정되며, 그러한 모더니즘의 대표 시인으로 정지용의 이름을 올려놓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시 세계를 1932년까지 지면에 발표된 작품들로 한정하고 작품들을 살펴볼 때, 우리는 위의 인식과 다소 어긋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자연 그 자체로서의 묘사’에서 벗어난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인데, 즉 몇몇 작품 내에 감각적으로 형상화된 자연에서 화자의 어떤 일관된 정조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1932년까지의 그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작품들 속에 화자의 내면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러한 내면은 대체로 무엇인가에 대한 그리움으로 제시되어 있으며, 그 그리움의 한가운데에는 지금 부재하는 과거의 것들을 표상하는 ‘고향’이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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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까지의 그의 일련의 시들을 살펴보면, 고향으로 표상되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곳곳에 드러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러 꽃과 나무, 산과 농촌의 풍경 등으로 묘사되는 향토적 배경의 고향은 그 속에 지금은 부재하는 여러 가지가 존재하는 그리움과 동경의 대상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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