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문학에 나타난 통일과 재통일*
- 테오도르 폰타네와 귄터 그라스를 중심으로 -
I.
1989년 11월의 장벽 붕괴로부터 시작되어, 그후약 1년간에 걸쳐 이루어진 독일의 통일은 독일인들은 물론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독일 시민과 세계인들의 열광과는 달리, 많은 독일 지식인들은 독일의 재통일에 대해 침묵하거나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마치 통일이 독일 작가들의 말을 삼켜 버린 듯 했다.1)*본 연구는 1996년도 학술진흥재단 자유공모과제 연구비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
** 부산대학교
1) Vgl. Birgit Lermen: “Die Geschichte ist so wahr, daß sie erfunden klingt”(Günter Kunert). Die deutsche Einheit im Spiegel der Gegenwartsliteratur. In: Die Intellektuellen und die nationale Frage. hg. v. Gerd Langguth. Frankfurt/Main, New York 1997. S. 173
통일에 관한 지식인들의 이러한 침묵속에서 1995년 8월에 발표된 귄터 그라스Günter Grass의 소설 『Ein weites Feld』2)2) 소설의 제목 『Ein weites Feld』의 우리말 번역이 문제가 된다. 국내에 본 작품이 소개되면서 ‘광야’로 번역된 바 있으나 이는 원제의 의미를 충분히 살려내지 못한 번역이다. 원래 이 표현의 사전적 의미는 ‘한 마디로 결론 내리기 힘든, 혹은 조감하기 어려운’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로서, 테오도르 폰타네 Theodor Fontane의 소설 『에피 브리스트Effi Briest』에서 차용한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그냥 『Ein weites Feld』란 원제로 사용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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