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향기
-우암주택을 다녀와서-
비가 내렸다. 난 예전부터 비가 오는 날 택해서 이곳에 와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비록 비가 오는 날이 맑은 날보다는 밝고 명랑하지 못하겠지만, 대신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에 젖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복잡한 머리도 식힐 겸 생각도 정리할까해서 일부러 비오는 날에 찾았다.
이 주택은 내가 학교와 가까워서 자주 찾는다. 이 곳에 올 때마다 항상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한편으로는 낯설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푸근함과 따뜻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올 때마다 생각지 못한 의문점이 생긴 다는 것도 이곳에 와서 얻게 되는 예상치 못한 지적 각성이다. 물론 이러한 의문점은 내가 한옥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아서가 오히려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어쩌면 내가 그만큼 소홀했었고 우리나라 전통가옥에 신경 쓰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난 대청이 참 좋다. 어릴 적 한옥 집에서 살면서 대청마루에 앉아 비 내리는 것을 쳐다보곤 했는데, 그때 내가 깊은 생각에 잠기고 마음이 차분해 지는 느낌은 지금 내가 사는 현대주택에서는 도저히 그 맛을 느낄 수 없다. 이날 대청마루에 앉아 스케치를 해 보았는데, 대청에 가서 앉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것이 옛 기억과 옛 시절의 기쁨을 맛볼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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