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리문화, 그리고 지난 100년사』
Ⅰ. 21세기 우리문화와 지난 100년사
21세기를 맞이한 이즈음 우리 문화의 지난 100년사는 어떠했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단순히 지난 100년을 반추해보는 의미를 뛰어 넘어 새로운 100년 나아가 1000년에 대한 문화 담론을 유추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기의 한국 역사는 지은이의 말대로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유유자적 살아오다가 거대한 서구의 힘, 괴력난신과 같은 힘에 압도당하여 그만 문화적 정체성을 상실하고 우울증과 분열증, 자기변명과 자기도피 같은 고단한 삶에 빠져들고 말았다.
개화라는 명분으로 밀어닥친 서구문화는 이땅의 토종문화는 미개한 것으로 치부하고 깡그리 지워버리려고 했다. 물론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민족주의라는 이름 아래 우리 문화를 지켜내려는 눈물겨운 투쟁의 덕택에 한국문화라는 정체성은 일부나마 정신을 추스릴 수 있었다.
현재 한국문화는 분단문화를 극복하지 못한 채 다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세계화’라는 구령 소리에 의해 진행되는 전지구적 신자유주의 물결은 우리의 정신마저도 바꾸길 원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하에서 본인을 일관되게 ‘법고창신’이라는 우리문화 보존방법을 주장하고 싶다. 이를 위해 다음부터는 ‘강간사건’으로 끝나버린 서양문화와의 접촉, 문명개화와 동도서기의 시대적 담론이 지닌 한계에 관한 몇 가지 담론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Ⅱ. 첫 경험, 슬픈 연대기 - 백 년의 약속
1. 20세기, 손님의 시대
손님이 왔다. 민중들은 천연두를 손님이라 불렀다. 어느 집에서나 손님은 참으로 어려운 법이라 하여 예의를 갖추어 접대할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손님이 아닌....새로운 손님이 찾아왔다. 이른바 서양귀신, 서귀(西鬼)라 부르는 신이었다. 서귀는 천연두 호구마마를 대신한 새로운 신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20세기는 이렇듯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던 ‘손님의 시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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