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인간의 탄생
아마 한 시기의 사회적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체득하는 곳은 육체이며, 육체의 변화는 곧 삶의 변화를 의미한다. 현대는 육체의 변화로부터 시작되었다는 말도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가 시작되면서 새롭게 부각된 성(性)과 육체에 대한 관심을 개인주의의 발달과 연결시키는 것은 아직 성급한 판단일 것이다. 성적인 문란과 퇴폐적 징후들이 현대의 시작에서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이질적인 문화에 의한 가치관의 충돌이 육체를 둘러싼 담론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회의 가치를 담보하는 도덕관이 가치의 상실과 함께 무너져 내릴 때 그 파괴점은 항상 성과 육체를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다.
‘자유연애’로 시작된 성을 둘러싼 담론들은 급격한 변화의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한 선택적 판단을 요구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연애’는 찬성하지만 속연에는 반대한다는 말 속에는 연애라는 ‘진보적인(서구화된)’ 가치는 받아들이지만 그로 인해 ‘혼란된’상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율배반적인 의식이 잠재해 있다. 현대화에 대한 강박관념에 의해 서구적 가치관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서구화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가치관의 급격한 상실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자유연애 사상이 만연하고 이로 인해 서구화된 인간관계의 변화를 예고하면서 가치관의 갈등은 극심했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현대화 과정에서 서구화된 육체와 자본주의적인 성을 정착시키는 자연스런 단계였다. 이러한 도덕적 가치의 변화는 서구적 ‘자유연애’의 만연과 일본식 ‘성문화’의 확산과 함께 일상을 조직하는 자본주의적 생활양식에도 틈입되고 있었으니 성과 육체에 대한 폭넓은 상업적 관심은 이미 시작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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