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의 어둠 속에 찍힌 판화 감상
황순원의 단편 소설 어둠 속에 찍힌 판화는 6.25전쟁직후 대구의 피난길을 배경으로 생명에 대한 외경과 직업에 대한 집착 사이의 갈등이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나타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황순원의 다른 소설 [목넘이 마을의 개], [이리도]와 같이 동물에 빗댄 인간사를 다룬 작가의 솜씨가 보이는 작품이다.
소설의 줄거리를 살펴 보면 셋방을 얻어 간 곳은 깨끗하기는 하였으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다. 이사를 간 날 저녁, 어둠 속에서 잠을 청하지만 아이들을 신문팔이까지 시켜 가며 살아가는 고달픈 피난살이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이때 주인 안댁이 불러 안방으로 건너가 주인 사내를 만난다. 주인 사내는 술을 내놓으며 전쟁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나라가 호랑이처럼 생겼다는 이야기에서 곰이며 링을 잡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런데 그 이야기의 자세한 품이며, 주인 사내의 총 쏘는 시늉에서 사냥꾼 같다는 느낌을 받고 말대답 겸해서 요즘도 사냥을 하느냐 고 묻자, 주인 사내는 당황해하며 광채를 내던 눈이 흐려진다.
이삼 일 뒤 주인 사내와 나는 다시 술자리를 같이하게 되었다. 사내는 자기집의 아이는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육년 전, 결혼 십여 년만에 임신을 하여, 남은 몰이꾼과 사냥을 해 노루의 생피를 아내에게 주었다. 그리고는 노루의 배를 가르다가 그 속에 새끼가 들었다는 소리를 듣고 아내는 먹었던 것보다 더 맡은 양과 진한색의 피를 쏟아내고 말았다. 그리고 여섯 달 된 애를 유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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