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임을 과시하기 위해 핵실험을 한다면 부시 행정부가 선제공격의 유혹을 강하게 받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부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계획인 콘 플랜 8022 를 2004년에 수립해 준비를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이 계획의 특징은 지상병력을 배치하지 않고 공중폭격에 이은 소규모 작전으로 일시에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다.
1994년 제네바합의는 북한이 원자로 폐연료봉을 인출, 재처리해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폐연료봉의 인출이 넘어서는 안 될 붉은 선 으로 지목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2002년 10월 IAEA의 사찰요원을 추방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한 데 이어, 2003년 1월 폐연료봉 8천 개를 인출해 재처리함으로써 10년 전의 붉은 선을 넘어버렸다. 이처럼 북한은 제네바합의 백지화 후 스스로 핵무장을 향해 돌진하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주고 있다.
한편 이라크 전쟁에 몰두한 나머지 북핵 문제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양자접촉을 거부했던 태도를 바꾸어 6자 회담(4차)의 틀 안에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주변 5개국이 체제보장을 한다고 북한이 전면적으로 핵을 폐기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만이 체제보장의 보증수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6자 회담 참가국들은 3차 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체제보장 제안을 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회담, 불가침 조약, 체제보장을 계속 요구하며 핵무장 강화의 과정을 계속 밟아 왔다. 그러나 북의 지도층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도 미국의 체제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망상을 한다면 중대한 오판이다. 이것은 부시의 콘 플랜 8022를 가동시킬 명분이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