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와 엥겔스의 고전적 맑스주의는 한마디로 현대 사회의 문화 논의에 무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맑스의 고전적 도식에 따르면, 문화란 경제적 토대에 의해 결정되는 상부 구조에 속하는 것으로서, 이데올로기(=허위 의식)의 한 형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하의 지배적인 문학과 예술, 사상은 지배 계급(자본가 계급)의 이해 관계를 반영하는 이데올로기의 한 형태이고, 결국 진정한 문화는 사회주의 사회구성체의 도래를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 된다.
물론 이는 맑스와 엥겔스의 문화관에 대한 다소 지나친 도식화이며, 반(反)맑스주의자들이 즐겨하는 맑스 해석이다. 하지만, 역사적 유물론의 틀을 고수하는 한, 맑스와 엥겔스가 이러한 혐의를 완전히 벗기는 어려운 일이다. 문화를 본격적으로 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문화 현상의 자율성(상대적이든 아니든 간에)과 고유성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러나 토대와 상부구조의 도식은 아무리 많은 단서를 단다 해도 결국은 기계론적이고 경제결정론적인 상부구조 해석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이다. 문화와 사회(1990)의 공동저자인 알렉산더는 심지어 맑스를 반(反)문화론자로 명명하기까지 한다:
“맑스의 방대한 저작을 보면..... 문화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대목들이 있다. 하지만 기계론을 향한 돌진과 문화적 자율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특성이 그 중심적 위치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현대의 사회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을 남겼던 맑스의 저작은 반문화론적 이론의 선두주자가 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