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이론가이자 희대의 반동사상가로 악명 높은 칼 슈미트는 국가에 대
한 논술을 선차적인 것이라고 보는 전통 정치사상의 서술 방법을 전도시켜
"국가 개념 자체가 정치적인 것의 개념을 전제한다. "고 주장한다. 나아가
정치적인 것의 개념이 적과 동지의 구별로부터 출발한다고 역설한다. 여
기서 적은 개인적 차원을 지칭하지 않으며, 투쟁 상대인 인간의 전체로서
공적인 적만을 의미한다. 슈미트에 의하면 정치적 대립은 가장 강도 높은
극단적 대립이기 때문에 정치수단으로서의 전쟁은 모든 정치적 이념의 기
초에 자리한다는 것이다. 생사를 건 전쟁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우적관계의
구별은 국가의 실체와 정치적인 것의 개념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이념이며,
따라서 전쟁은 정치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