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함과 동시에 그것을 규정한다. 언어의 한계는
곧 세계 자체의 경계이기도 한 것이다. 존재론적으로 획정(劃定)된 언어의
힘을 프락시스의 지평으로 이월시킬 때, 언어는 담론으로 전화하게 된다.
현실 정치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냉소적 무관심이 모순적으로 교차하는 것
이 지구촌의 일반적인 풍경이지만 우리 사회의 경우 전자와 후자가 병존하
는 정도가 훨씬 악성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라는 용어나 대권이라는
말 자체가 '소용돌이의 정치'로 형용되는 단극적 정치문화의 유산을 담론
의 맥락에서 응축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실제가 성숙해가기는 커녕 현실 권력정치(Real-
politik)로 미화되는 정치공학적 고려만이 난무하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