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학(實學)은 조선시대 후기인 17세기에 발생해서 18
세기에 피어난 개혁적 학문의 흐름을 일컫는다. 실학은 사회 안
밖의 시대적 변화 요청에 부응하려는 배경에서 탄생했다. 조선
개국 이후 국가의 설립 이념이었던 유학, 특히 주류 흐름을 형성
한 주자학은 지나치게 사변적으로 흘러서 점차 화석화되거나 지
배계급에게 유리한 사회제도를 고착시킴으로써 현실 구제와는 거
리가 먼 공리공론의 학문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명나라 이후 북방 이민족에 의해 세워진 청나라는 중국의 전통을 .
이으면서도 서양의 문물과 과학을 도입하여 사회적 변화를 도모
하고 있었지만, 조선은 그런 흐름에 둔감한 보수적 풍토를 유지
하고 있었다. 학문의 고착화와 변화하는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회적 정체는 조선 민중의 삶을 고단하고 지치게 만들 뿐만 아
니라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원인이었다. 바로 이런 시기에
실학은 일부 선진적이면서 비판적인 유학자에 의해 탄생하였다.
실학은 전통적 주체성을 견지하는 가운데 안으로는 폐쇄적 권위
체제와 사회 모순을 비판하고, 바깥으로는 새로 유입되는 학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