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청소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대학생운동일 것
이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반독재정치운동의 선봉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운동은
사춘기적 방황과 갈등, 이상사회에 대한 열망과 실험정신, 대안문화 등과 같은
청소년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서구의 청소년들이 근대화 이후 부모나 기
성세대로부터 독립하고 구별화됨으로써 그들 나름의 확고한 사회적 세력으로
자리잡게 된 것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서구의 경우 1970년대 히피운동이나
반문화운동을 통하여 평등과 자유라는 근대적 이상을 실현하려는 청소년들의
움직임이 그들의 주류 문화를 형성하였고, 21세기 사회에서 그들은 대량실업
과 세기말적 혼란 속에서 사회의 불안세력이자 가능성의 세대로 인정받고 있
다. 한국의 청소년은 1980년대 대학생운동의 절정기를 맞으면서 조직력과 이
데올로기가 극도로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청소년의 실험성과 자유로움을 상실
하였다.
청소년에 의한 문화 변혁적 운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30년대 '신여성'
과 '모던 보이'들이 불러 일으켰던 신문화 조류나 1960년대 말부터 일었던 '청
년문화운동'이 그러한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통기타와 히피풍조 패션으로
대변되는 청년문화운동은 서구풍조의 모방이자 퇴폐풍조로 간주되어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정책에 의해 억제되었고, 새로운 문화를 주도했던 그 시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