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자 프로테니스계의 여제인 슈테피 그라프는 독일에서 영웅적인 존재였다. 이런 그녀에게 1996년 거액세금 포탈혐의로 구속된 아버지의 재판이 시작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그라프 일가의 탈세사건은 독일에서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외국에 위장회사를 세워 돈을 빼돌렸다. 그 과정에서 담당세무서가 소득신고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탈세를 용인했던 혐의도 드러났다. 그러나 이는 세계적인 슈퍼스타들 사이에서는 거의 상식이었다. 슈퍼스타와 국가의 명예 등을 감안, 웬만한 국가의 세무당국이라면 대개 눈감아준다. 이를 집요하게 추적해서 밝혀낸 것은 독일 연방 재무부였다.
세무서의 직무태만과 ‘게르만 영웅’의 명예가 땅에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수년에 걸친 자금추적과 국제공조 조사 등을 통해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독일 체육계 등에서 선처를 탄원을 했으나 연방재무부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이 사건 전에는 독일언론보도에서 ‘세무 부조리’라는 말은 거의 없었다. 그라프 사건도 엄밀히 말해 세무공무원들의 불법사실이 드러난 것은 없다. 국민적 영웅인 점을 배려해 자금 추적 조사를 철저히 하지 않았다는 혐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