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에 들어와 동구사회주의권은 엄청난 변혁의 물결에 휩싸였다. 동구의 공산주의 국가들은 하나 둘씩 사라졌으며, EC는 이제 서유럽통합이 아니라 범유럽통합의 중심이 되었다. 공산주의에서 벗어난 동구국가들은 EC에 가입을 원했다. EC가 이들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나, 바로 받아들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었다. 그러나 동독은 달랐다. 이미 동독은 서독과 연결을 통해 EC내에서 특혜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EC라는 테두리 안에서 독일 통일의 가능성을 높였다. 또한, 그것은 서독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독일의 과거사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유럽통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독일이었다. 독일로서는 독일통일이 야기할 이웃 국가들의 두려움과 불신을 씻어야 할 필요가 있었고, 따라서 그들은 독일이 통일되어도 NATO와EC에 귀속될 것을 주장하였다. 독일은 독일통일의 유럽적 차원을 강조하였다. 통일은 단순한 동서독의 통합이 아니라, 서독이 이미 견고하게 결속되어 있는 서방체계로 동독을 편입시킨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독일은 유럽통합을 심화시키기 위해 가시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역내공동시장의 창설과, 경제통화 동맹의 실현에 독일은 앞장섰으며, 통일 이후에도 공동체에 대한 재정적 기여를 줄이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였다. 독일이 통일되면 유럽통합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 정도로 독일통일과정에서 많은 고무적인 조치들이 취해졌고, 통합 분위기가 고양되었다.
2. 독일 통일 완성의 과정
독일이 통일되기 1년전인 1989년 12월 8일~9일까지 개최된 유럽이사회는 다음과 같은 공식선언을 했다. 우리는 유럽에서 평화의 상태가 정착되도록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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