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 이후의 동북아질서를 규정하고 있는 세계질서는 강대국들의 관계가 갈등에서 협력으로 갈 수 있는 구조적 변동의 요인은 생겼다. 그러나 그러한 협력이 강대국들 상호간의 이해관계의 일치라는 차원을 넘어서 지역 분쟁의 공동해결, 군축, 국제적인 부의 재분배라는 초국가적-국제적인 공동선으로 나아가는 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보스니아 사태에 대한 미국 등 주요국가들의 효율적 대응의 부재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유엔이라는 다자주의적인 국제제도를 통한 평화유지활동의 한계는 새로운 국제질서 에서 다자적 틀을 통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의 가능성들에 대해 깊은 회의를 던져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소간 냉전의 종식은 군사적 대결의 종식을 가져오고, 상당부분 군축의 효과를 가져왔으나, 그것이 경제적인 차원에서도 상호의존과 상호호혜에 기초한 비제로섬적 협력이 지속될 것을 의미할 것 인지는 또한 불투명하다.
2. 경제적 대결로의 변화 양상
오히려 주요 국가들간의 갈등의 축이 군사적 대결에서 경제적 대결로 이전 되었으며, 더 나아가 그러한 경제적 대결의 장에서 서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경쟁이 잠재적 군사능력 유지의욕을 부추기는 경향을 가져오고 이것이 세계전반적 차원에서 구조적인 군축노력을 저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동북아에서는 탈냉전이후에 들어 오히려 더 심각한 군비증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그 좋은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