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5년간 한국의 경제 성장과 그로 인한 사회적 변화는 실로 괄목상대할 만한 것이었다. 한국은 가난한 나라에서 1인당 국민소득으로 볼 때 포르투갈이나 슬로베니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라로 도약했다. 어떻게 이런 ‘기적’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신자유주의 주도자들은 196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는 기적의 세월 동안 한국이 신자유주의적 경제 발전 전략을 추구했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한국의 경제 기적은 시장 인센티브와 국가 관리의 교묘하고도 실용적인 조합이 빚어낸 결과이다. 한국 정부는 공산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을 말살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정부가 자유 시장에 대해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한국의 사례가 ‘이단적인’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날의 선진국들은 거의 대부분 신자유주의 경제학에 배치되는 정책 처방을 토대로 해서 부자 나라가 되었다. 자유 시장과 자유 무역의 본거지라고 여겨지는 영국과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부자 나라 사람들은 ‘우리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우리가 말하는 대로 하라’며 나쁜 사마리아인처럼 곤경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품은 의도가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이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가난한 나라들에 해를 끼치는 일을 그만두게 할 수 있느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