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나는 우리 것은 뭐든 좋은 것이고, 우리는 항상 옳고 타 민족에 비해 우수하며 역사 또한 그것을 반영한다고 배우고 그것을 별 비판 없이 받아 들여왔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도 있다는 것을 자각 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비판하기 보다는 그대로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소시민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갖지 못했었던 나에게는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모습까지 끄집어낸 ‘당신들의 대한민국 2’가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박노자가 누군지도 몰랐고 그의 글을 읽어 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 책 표지에 붙어있는 그의 사진을 보았을 때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놀라웠고 한편으로는 ‘무슨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대해서 쓴단 말이야.’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글쓴이 박노자는 한국사학을 전공한 러시아에서 우리나라로 귀화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외국인이라서 우리나라를 잘 모를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깨어졌다. 그는 한국인인 나보다 훨씬 우리나라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웬만한 역사서부터 현대 문학, 정치, 종교 등 다양한 한국에 대한 것을 다 아우르고 있고 그 깊이 또한 대단하다.
서문을 빼고 총 4부로 나누어져 있는 이 책은 현재의 대한민국의 모습에서부터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할 방향까지 보여주고 있다. 각 부마다 그가 한국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자세히 적어 놓았으며, 한국에서 머무르며 우리의 현재 사회상을 직접 관찰하면서 우리 역사를 토대로 대한민국에 대하여 논하였다. 권위주의적인 대한민국의 솔직하지만 드러내기에는 부끄러운 초상과 폭력이 일상화된 병영국가로서의 모습 등 굴절된 역사의 업보와도 같은 모순들을 해결하고, 나아가 신자유주의라는 변종 제국주의의 파렴치한 범세계적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연대(Fellowship) 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