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일각에서 제국주의체제가 식민지에 이식되는 것이 곧 발전으로 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런데 이들 주장의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빼앗기고 무엇을 놓치게 되며 어떤 지배를 받게 되는지를 날카롭게 주시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일본에는 1945년 이후 한국에 철도 건설이 거의 없다는 것을 중요한 사료로 삼는 학자들이 있다. 실제로 21세기에 이르기까지 한국철도의 근간은 식민지시대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관계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자 한다면 수탈론과 근대화론이라는 상반되는 두 이론, 그리고 수탈론에 가까운 식민지 수탈론과 근대화론에 가까운 식민지근대화론 등이 유효하다.
수탈론은 제국주의가 식민지를 일방적으로 수탈했다는 관점이고 근대화론은 제국주의가 식민지의 근대화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다는 관점이다. 이것은 어느 국가나 보편적 역사 단계가 있다고 가정하고,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수탈을 당했느냐 아니면 자생적으로 근대로 이행했느냐 하는 것이 바로 수탈론과 근대화론이다.
이 문제를 조선에 한정하여 바라본다면 일방적으로 수탈을 당했다는 순수한 수탈론과 조선이 자생적으로 근대를 이룰 수 없었으므로 일본의 식민지배를 통하여 근대로 이행했다는 근대화론이라는 대립적 사관이 있다. 두 이론 모두 일정한 역사적 근거와 논리를 갖추고 있으므로 어떤 사관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수탈론에서는 조선의 철도는 식민지를 경영하고 지배하는데 필요했기 때문에 건설한 것으로 간주한다. 반면 근대화론에서는 철도를 비롯한 여러 제도에서 보듯이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배를 통하여 성장과 발전을 이루었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