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 진보한다는 것은 인간이 의식적인 노력 없이 자동적으로 수행하는 활동이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아리조나 주의 인디안 보석 가게에서 터키옥을 판매하는데, 품질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낮게 책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팔리지 않았다. 사장은 손님을 끌어보려고 출장 전날, 직원에게 손해를 보더라도 재고품을 모두 반값에 처분하라고 메모를 남겨 두었다. 그런데 출장에서 돌아와 보니 터키옥 재고는 모두 정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직원은 글을 잘못 읽어서 반값이 아니라 2배의 가격으로 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키옥은 3일만에 모두 팔려버렸다. 이는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있어서 “비싼 것=품질이 좋은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준을, 즉 고정관념을 사용했던 것이다.
사람들이 필요없는 물건을 사게 되는 이유
어미 칠면조에게 있어서 새끼 칠면조의 냄새나 신체 접촉, 그리고 생김새는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는다. 오직 새끼 칠면조의 ‘칩칩’ 소리가 있어야만 어미 칠면조는 자기의 새끼를 돌보기 시작한다. 칠면조는 ‘칩칩’ 소리만 나면 새끼에게 달려간다. 그런데 칠면조의 천적은 족제비인데, 박제된 족제비에게서 ‘칩칩’ 소리의 녹음기를 틀어 놓으면 칠면조가 자기 새끼에게 달려가듯이 달려간다. 동물생태학자들은 이러한 규칙적이고 맹목적이고 기계적인 행동 양식은 생물의 다양한 종에서 발견되는데 이를 고정행동유형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에게도 이러한 고정행동유형이 있는데, 자기 방어의 테이프를 활성화시키는 요인은 침입자의 존재가 아니라, 침입자의 어떤 특정한 유발기제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고정화된 행동을 유발시키는 유발인자가 작동하면 우리는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