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누구나 주체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신체에 관해서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간단히 말해 몸의 각 기관들은 주인인 ‘나’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가령 “손을 움직여 책장에 있는 책을 꺼낸다.”와 같은 행위는 우리의 의식이 내리는 지시를 신경세포가 받은 다음 다시 근육 속의 세포로 전달해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이 주류적인 생각에 반하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바로 우리 인간이 자기복제자인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그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자기복제자(일반적으로 유전자 DNA)를 가지는 이 세상의 모든 개체는 유전자가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 방어벽인 세포의 집합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개체의 몸에 관한 소유권은 의식이 아닌 유전자가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저자의 생각은 처음 ‘이기적 유전자’가 출간 된 이래 끊임없는 반박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지난 30여 년간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전파되었고 다양한 영역에서 수용되었다. 예를 들어 이 책이 나오기 전의 사회동물학자들은 자연 환경 속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동물들의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인 행동에 대해 간단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유전자 때문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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