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는 경제 현상 곳곳에서 무수히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는 그 중에서 몇 가지 전형적인 예를 들기로 한다. 이 예들은 모두 경제논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제시스템에서 어떻게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으로 되고 동시에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앞에서 제시한 분석방법을 사용하여 다음의 예들을 분석하는 것은 독자들에게 맡기기로 한다.
2. 보험분야에서의 사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분야는 보험이다. 보험은 여러 사람이 적은 금액의 보험료를 내어 사고를 당한 소수에게 큰 보험금을 지불하는 제도이므로 위에서 설명한 아파트 난방의 경우와 여러 가지로 유사한 상황이다. 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가입하지 아니한 사람보다 의료서비스를 더 많이 소비한다던가 화재보험에 가입한 집은 가입하지 않은 집보다 화재예방과 화재피해를 줄이는 조치를 소홀히 하는 것 등이 흔히 거론되는 예이다. 그밖에도 거의 모든 보험에서 도덕적 해이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수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정부에서 구호금품 등의 보조금을 지급하면 수해발생이 잦으나 땅 값이 싼 지역에 적정수준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게되는데, 그 이유는 정부의 보조금이 수해로부터의 손실을 경감시켜 수해빈발지역에 사는데 따르는 한계비용을 낮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보조가 없었으면 수해가 싫어 이사갔을 사람을 그대로 눌러 앉게 하고 그 지역에 살지 않던 사람들 중에서도 수해지역으로 이사오려는 사람이 생겨나 수해지역의 주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따라서 수해가 일어나면 더욱 큰 피해가 발생하고 국민들은 더욱 많은 수해보조금을 부담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수해보조금이라는 인도적이나 시장경제원리에는 어긋나는 정책을 시행한 결과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여 수해피해가 커지고 국민들의 삶의 질이 낮아지게 되었다. 이 경우에는 보조금이 보험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