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후문학의 특징
1950년대의 전후문학이 보여주고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전후의 상황적 암울성에 대한 비판과 거부를 들 수 있다. 전후세대의 작가들에게는 폐허화된 현실 자체가 삶의 터전이었고, 그것이 그들의 문학의 기반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전후의 현실은 언제나 불안과 절망으로 표출되곤 하였다. 전후 현실은 오직 폐허의 암울함으로만 눈에 비치고 있었으므로, 그 상황적 구체성이 다양한 각도에서 전체적으로 파악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전후의 작가들이 인간의 근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위해 저항한다고 할 때, 그 저항의 대상은 막연한 기성세대이거나 사회윤리적인 문제였다. 그러므로 이러한 저항의식은 역사적인 구체성을 획득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관념의 유곡으로 빠져들 가능성마저 지니고 있다. 더구나 이들의 작품은 상당 부분 패배감과 허무의식, 무기력과 무의지의 속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두운 현실과 그 속에 웅크리고 있는 인물이 짙은 절망적 비애감을 자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후문학이 보여준 또 하나의 특성으로 기존의 문학적 관습에 대한 반발과 그 파괴를 들 수 있다. 전후의 시단에는 기존의 전통적 서정성을 거부하고 지적인 요소를 내세워 현대시의 내면을 추구하는 노력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문학적 전통의 불모성을 내세우는 주장은 조연현, 조지훈, 김동리 등의 주장과 대립됨으로써 전통문제에 대한 논의는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더욱 폭 넓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전후세대의 비평이 결코 전통의 부정론으로만 치닫는 것이 아니라 전통의 새로운 창조를 꿈꾸고 있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