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이상적인 언론의 민주적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권력에 대한 감시자로서의 역할과 시민의 표현수단으로서의 역할이다. 이들 각각의 이상과 현실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언론의 권력에 대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은 본래 국가 또는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라는 자유주의적 언론관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래서 이 언론관은 감시견으로서의 언론의 역할을 국가에 대한 감시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언론의 이러한 역할은 적어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당한 정도로 수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언론관은 국가권력 이외의 다른 권력도 감시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희박하다. 이 언론관은 국가가 국민대표성이 없고, 부패하고, 전제적이어서 자유언론이 절대주의에 대한 방어로 간주되던 시기에 파생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은 국가권력에 버금가는 권력들이 존재한다. 예컨데, 대기업 특히 재벌 그리고 대언론 등은 막대한 권력으로 성장했고 그 권력을 남용한다. 이렇게 비대하고 남용되는 권력은 당연히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국가권력이 어느 정도 민주화한 현실에서 이제는 이들 권력에 대한 감시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언론은 이들에 대한 감시와 비판에 철저하지 못하다. 언론 스스로 자본가에 의해 소유되어 있고 대기업의 광고에 그 수입의 대부분을 의존하게 됨에 따라 언론이 자본가나 대기업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다. 언론에 대해서는 동업자 봐주기에 의해 서로간의 잘못과 허물을 가리는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