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군정치를 떠나서는 오늘의 북한을 알 수 없다. 이제 북한을 주체사상의 나라정도로 생각한다면 조금은 무지에 속할지 모른다. 북한은 선군정치를 ‘선군사상’으로 발전시켜 ‘주체사상의 새로운 높은 단계(a new, higher stage of the Juche Ideology)로 까지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선군정치는 북한사회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는 키워드이다. 실제 매스미디어를 포함, 오늘의 북한 사회는 온통 ‘선군’ 구호 일색이다. ‘선군시대’, ‘선군혁명’, ‘선군조국’, ‘선군민족’ 등이 사회의 핵심어를 이루고 있다.
남한사회에 북한의 선군정치가 소개된 것은 근자의 일이다.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2000년 당시에도 남한에서 선군정치라는 말은 생소하게 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조차도 이 용어를 1998년 처음 사용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하 김정일)이 아버지 김일성 주석(이하 김일성) 국상(國喪) 이듬해 설날인 1995년 1월 1일 비장한 각오로 ‘다박솔 초소’라는 포병중대를 찾은 시점을 ‘조선반도에 선군정치의 첫 포성이 울린 날’ 로 밝히고 있지만 이런 설명은 당시에는 없었고 1998년 들어 ‘선군’이란 용어의 사용과 함께 처음 소개되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