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국제질서의 가장 큰 특징은 탈냉전의 진행에 따라 국가 간 관계의 행위 준거가 변화했다는 점이다. 이데올로기는 더 이상 국가 간 관계의 준거로서 의미를 상실하였다. 그 대신에 다원주의와 시장경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행위 기준으로 경제적 국가이익과 실용주의가 부상하였다. 정치적으로 사회주의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소수의 국가들조차 경제적 실리를 위하여 세계 시장경제체제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 정치․경제․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발전,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 등도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의 국제정세는 세계적 수준에서 다음과 같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첫째, 냉전시대에는 양극 구조였던 국제사회가 미국을 정점으로 하여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이 전반적인 국제질서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정치․경제․과학기술 등 제반 분야에서 사안별로 협력하고 견제하는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은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개방과 자유무역시대를 주도하면서 가장 부강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둘째, 이데올로기 중심의 군사안보적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경제력, 과학기술력을 기반으로 자국의 실리적 이익을 가장 중시하는 경제적 경쟁시대가 도래하였다. 지식기반산업의 새로운 흐름 속에서 각 나라들은 초일류의 재화와 서비스를 창출하려고 경쟁하는 한편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상호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셋째, 강대국 간 분쟁의 가능성이 줄어드는 반면 냉전시대에는 잠재되어 있던 종교․인종․민족 간의 갈등이 분출되었으며, 테러․게릴라전․정보전과 같은 비전통적 형태의 위협이 증대되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사건은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다. 특히 9․11 테러사건은 21세기 국제질서의 부정합성을 보여 주면서 국제적인 대테러연대를 형성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