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성인이었다는 증거로 자주 거론되는 말이다. 성인이었으니 천명을 알았거나, 천명을 알았으니 성인이었을 거라는 얘기다. 천명을 ‘천기天機’와 같은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런 입장들을 견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공자 나이 오십에 생사의 오묘한 이치를 깨달아 성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추측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당사자인 공자가 가타부타 천명의 내용에 대해 직접적으로 거론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자는 그런 식의 천기에 대해서는 모르는 입장에 가까웠다. 제자인 자로가 죽음에 대해서 묻자, 공자는 “삶에 대해서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에 대해서 알겠느냐.”〈선진〉고 대답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두려워하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천명을 두려워하고, 대인을 두려워하고, 성인의 말을 두려워한다. 소인은 천명을 알지 못하므로 두려워하지 않고, 대인을 얕보고, 성인의 말을 업신여긴다. 〈계씨〉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천명을 모르면 군자가 될 수 없다.”〈요왈〉
공자의 천명을 간접적으로나마 유추해 볼 수 있는 기록이다. 이 말에 따르면 공자는 천명이 두려운 것이라고 했다. 천명이 천리나 천기, 즉 하늘이 품고 있는 어떤 객관적인 진실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하늘의 명에 가까운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천지자연의 이치야 그 원인을 모르니 궁금할 뿐이지만 하늘이 자신에게 부여한 사명 앞에서는 두려울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군자는 천명을 두려워하는 반면 소인은 천명을 알지 못하므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였다. 군자라면 당연히 천명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천명이 특별히 어떤 한 개인에게 계시나 암시의 형태로 하달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성격의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천하에 올바른 도를 세우겠다는 대의를 품은 대인군자라면 스스로 알아서 삼을 수 있는 것이 천명일 수도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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