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는 제우스와 거인 아틀라스의 딸인 요정 마이아의 아들이며, 그가 태어난 곳은 코린토스 서쪽에 위치한 해발 2300 m의 ‘킬레네 Kyllene’ 산의 한 동굴이다. 험하기로 유명한 이 산은 원래 도둑과 산적의 소굴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갓 태어난 아기를 천으로 감아 놓고 일을 하러 나갔는데, 아기는 혼자서 천을 풀고 동굴 밖으로 나왔다. 그 때 동굴 밖을 지나가던 거북이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데리고 놀았다. 거북이 아무 소리를 내지 않자, 그는 그에게 아름다운 소리를 내게 해주겠다며 죽여서 거북의 껍질에 소 힘줄을 박아 세계 최초의 리라를 만들었다. 그는 곧바로 마케도니아의 피에리아 산으로 가서 아폴론이 키우던 소를 50마라나 훔쳤다.
이 때, 헤르메스가 사용한 수법은 당시 소도둑들이 흔히 쓰던 수법이었다고 한다. 소를 꼬리부터 끌고가 발자국을 반대방향으로 나게하고 자신의 발은 부드러운 풀로 감싸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방법, 해질무렵 범행을 하여 밤새 먼 곳으로 이동시키는 방법 등을 사용했다. 밤새 소도둑질을 하느라 추워진 그는 마른 월계수 나뭇가지를 비벼서 불을 만들었다. 헤르메스는 그러니까 최초로 불을 피우는 법을 보여준 것이다. 동이 트려는 새벽에 동굴로 돌아온 헤르메스는 시치미를 떼고 요람 속으로 기어들어 갔으나, 그의 어머니는 속일 수 없었다. 그녀가 “뻔뻔스러운 녀석. 너는 평생 남의 물건이나 훔치고 다닐 녀석이구나”라고 비난하자, 그는 “나도 제우스의 아들입니다. 그런데 만약 내게 올림포스의 신들과 어울리는 영광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나는 도둑의 두목이 되어 신과 인간의 재물을 사정없이 훔칠 겁니다. 난 그럴 용기도 있고 능력도 있으니, 두고 보세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