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가 사형 집행이 예정된 전 날 열 너덧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아침부터 감방에 모여 마지막 가는 소크라테스의 저승길을 배웅하고 있었다. 그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철학적인 담론을 나누며 하루를 시작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을 압도하면서 특유의 유머감각을 잃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의 사소한 움직임이나 기침소리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제자들도 차츰 웃음을 터뜨리며 대화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소크라테스와 동갑내기 친구인 크리톤만은 처형을 앞둔 마당에 그런 즐거운 분위기를 선뜻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여전히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그는 감옥 안팎을 드나들며 말없이 친구의 마지막 가는 채비를 도왔다.
점점 죽음의 시간이 임박하자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도 다소 가라앉으면서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영혼에 관한 이야기로 흘렀다. 소크라테스는 죽으면 자신의 영혼은 훌륭한 영혼들이 있는 세계로 가게 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기꺼이 죽음을 맞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자 테베에서 온 심미아스와 케베스가 자신들에게도 그런 확신이 들 수 있도록 가르침을 달라고 부탁한다.
철학은 사유 안에서 이루어진다. 보고, 듣고, 느끼는 육체적인 감각은 사유에 방해가 된다. 올바른 사유를 하자면 될 수 있는 대로 육체를 벗어나야 한다. 만약 영혼이 육체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죽음이라고 한다면 그 때야말로 가장 올바른 사유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철학은 죽음에 대한 연습이며, 철학자는 죽음을 연습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죽음을 앞당기는 자살은 옳지 않은 행위다. 비교秘敎에서 전하기를 인간이란 죄인이요, 감옥 문을 열고 도망갈 권리는 없다고 한다. 덧붙이자면 자살도 하나의 살인인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케베스는 그렇다면 사후에도 영혼이 존재하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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