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의 기반이 되는 제도가 견고히 뿌리를 내리는 과정은 곧 당대의 사회가 안정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중세 유럽이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은 곧 중세유럽을 지배하던 봉건제도가 확고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봉건사회]의 저자 마르크 블로크는 마치 현미경을 통해 당시를 관찰하듯 미시적인 시점을 통해 시대를 서술하고 있다. 다양한 사회 모습과 역사적 사건을 가감없이 수록하고 있으며 이전보다 한층 공간적 범위가 확대된 중세 유럽을 폭 넓게 담기 위해 넓은 지역의 사례를 포괄하고 있다. 블로크의 [봉건사회]는 예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은 크게 제 1부와 제 2부로 나누어지는데 제 1부는 봉건질서의 중세 유럽이 형성될 수 있었던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고 제 2부는 사람과 사람의 유대관계라는 큰 틀을 통해 봉건제의 기본 구조인 가신제와 봉토, 장원제 그리고 계급과 통치 방식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각기 다른 사회 분야를 항목별로 세분화하여 설명하면서도 동시에 거시적으로는 봉건사회가 1기에서 2기로 발전하는 과정을 전체내용을 통해 통찰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책의 제목과는 다르게 ‘제도’로서의 가신제와 봉토에 대한 내용은 그다지 비중이 높지 않다. 그러나 중세 유럽이 가신제라는 하나의 제도로만 설명되기 보다는 당시의 사회문화적, 경제적, 역사적 상황을 종합하여 고려한다면 봉건사회였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책의 제목은 내용 전반을 꿰뚫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