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를 받자 “2009 대한민국연극대상 희곡상 수상”이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소녀의 얼굴이 보였다. 그 위에 새겨진 “소녀, 기억에 갇히다”라는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연극을 보기도 전에 어려워졌다. 소극장이라 그런지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가 매우 짧았다. 특히나 내 자리는 가장 앞줄이었다. 자리에 앉아 무대를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희곡론 수업을 들으면서, 그것보다 이전인 문학원론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 버릇 중에 하나였다. 무대에는 뭔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이게 뭐지’라는 생각을 한참 동안 했는데 옥수수였다. 자세히 보니 객석과 마주보는 무대 벽면에 옥수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옥수수와 소파, 의자, 문 등. 그리 특이한 소품은 없었다. 오히려 소품의 수가 적다는 것이 특이했다. 옆에 앉았던 친구가 팜플렛을 샀기에 한 번 살펴보았다. 분명 팜플렛에 연극에 대해 소개하는 글이 있었고 나는 그것을 읽었으나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이렇게 글을 보고도 이해가 힘든데 실제 연극 공연을 관람하면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내 무대가 암전되었다.
세쌍둥이가 등장했다. 사실 쌍둥이인지도 몰랐다. 배우들의 얼굴이 달랐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얼굴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들의 극중 관계가 남남이든 형제관계든 간에 실제 관계가 형제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얼굴이 닮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그들이 세쌍둥이인지 몰랐다. 그런데 그들이 입은 옷 때문에 형제관계이겠거니 했다. 첫째는 파란색 옷에 파란색 신발을, 둘째는 분홍색 옷에 분홍색 신발을, 셋째는 노란색 옷에 노란색 신발을. 그들이 세쌍둥이라는 건 연극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난 후에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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