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어교육과 3학년이지만 그 유명한 ‘무정’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무정을 미뤄둔 숙제 하는 기분으로 한 장 한 장 읽어 갔다. 초반에는 주인공 이형식을 통해 이광수의 생각을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일종의 관음적 쾌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었고 나름 재미도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무정을 끝까지 완독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것은 나의 성급한 생각이었다. 아무리 내용이 전개되어도 그 이상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의 행동과 반응, 상투적 것에서 오는 지루함, 불쾌감이 내게 쏟아져 들어왔다. 거기에다 대략의 줄거리와 배경을 이미 알고 있으며 그 당시에는 신기했을 근대적 개념들을 살면서 이미 지겹도록 들어온 나에게 무정은 지루하기만 했다. 결국 나는 삼분의 이 지점에서 무정을 덮어버렸다.
그렇지만 포기하고 덮어버리면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직접 읽어본 ‘무정’이라는 소설 은 이제 나에게 문학적 지식 이상의 의미는 없다. 하지만 무정이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든 나의 생각들은 최소한 나에게는 유의미하며 그래서 이 레포트를 통해 나의 무정에 대한 비판적 생각들을 정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