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 냉전체제의 해체가 평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진 지 이미 오래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을 거치며 한때 한반도가 오랜 갈등과 분쟁을 넘어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이 싹트기도 했으나, 한반도에서도 과거보다 더 심각한 군사적 갈등과 대결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에 이른 근본적인 원인은 한반도가 휴전협정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있다.
1953년7월 조인된 휴전협정은 효력이 발생한 후 3개월 내에 정치회담을 통해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의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권고했다. 그렇지만 이에 따라 1954년 개최된 제네바회담은 이와 관련한 어떤 합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이후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기 위한 노력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한반도는 전쟁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황에서 불안한 평화를 간신히 유지해왔다.
냉전체제 하에서 휴전협정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과 그 확대를 막는 유일한 장치로 기능을 해왔다. 그러나 냉전체제가 붕괴된 이후 휴전협정체제는 한반도의 불안한 평화조차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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