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족의 청제국]을 읽고
이 책은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청의 건국세력이자 지배세력인 만주족을 주제로 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은 청대 중국의 역사를 고찰하기 위해서는 왕조를 수립한 정복자인 만주족에게는 반드시 전해져야 할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으며 그 만주족의 이야기를 기존의 서술에 포함시키지 않고는 청대의 역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기본적인 시각은 청을 통상적인 중국왕조나 단일 민족국가가 아니라, 이슬람과 같은 다민족의 정복 제국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서문에서 청 제국을 오토만 제국, 무굴 제국, 합스부르크 제국, 로마노프 제국에 비견할 만한 다민족 제국이라 여기는 생각이 확산되었다는 언급에서도 나타난다. 저자는 이민족을 지배하는 민족적 집단으로서의 만주족이 민족적 분리가 지배 권력 유지의 핵심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고, 한족 국가인 명의 발전된 문명을 흡수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팔기제와 같은 만주의 법도를 민족적 고유성과 민족적 분리의 핵심이라 여겼다고 보고 있다. 즉 만주족이 청 제국을 성공적으로 통치할 수 있었던 힘이 중국적 정치 전통을 적절히 수용한 것뿐만 아니라 청조가 멸망하는 순간까지 만주족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한 데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만주족이 한족을 통치할 수 있었던 이유로 그들이 한족의 관습과 제도를 받아들여 중국적인 통치체제를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한화학파의 입장과 반대되는 알타이학파(또는 신청사 학파)의 주장이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만주족이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기반인 청대의 사회, 군사조직인 팔기제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그는 기마술, 궁술, 만주어 실력, 근검성, 조상에 대한 존경심, 황제에 대한 봉사, 남성의 덕목과 같은 만주족의 핵심요소들을 제도화한 팔기제를 통해 청나라의 전체 역사를 조감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전통시대의 ‘민족’문제도 분석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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