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근대’라는 알리바이
- 마루야마 마사오의 근대관을 둘러싼 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
순 서
Ⅰ. 들어가며
Ⅱ. 마루야마 마사오가 진단하는 일본의 파시즘에 대한 원인과 그가 가진 근대관
Ⅲ. 마루야마 마사오의 근대관에 대한 비판적 논의
Ⅳ. 마루야마 마사오에 대한 비판적 논의들에서 발견되는 의문들과 한계
Ⅴ. 맺음말
Ⅰ. 들어가며
7년 전 일이다. 토요일 밤 정말 우연치 않게 EBS를 틀었다. 그런데 당시 한겨레21에서 주최했던 특강인 ‘21세기를 바꾸는 교양’이 녹화중계되고 있었다. 첫 강연자는 박노자였는데 그는 강연의 서두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꺼냈다. ‘우리가 불합리하거나 부조리한 일을 겪으면서 전근대적인 발상이라는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전근대적이라서 잘못된 게 아니라 근대 자체에서 기원하는 문제일 때가 있습니다.’1)1) 박노자 외 6명, 「21세기를 바꾸는 교양」(서울: 한겨레출판사, 2004), 11쪽.
다시 말해 사람들은 근대를 ‘합리적’인 것 내지는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그러한 선입견을 유지하기 위해서 세상에 나타난 문제를 근대에 어긋난 것으로 상정한다는 것이다. 7년 전에는 박노자의 발언이 무슨 뜻인지를 몰랐으나, 7년의 세월을 거쳐 오면서 합리적으로 상징되던 여러 가지 기제들-특히 근대 관료제시스템-이 때때로 매우 불합리하다는 사실을 종종 목도할 때가 있다.
역사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추축국 중 하나인 제국주의 일본하면 먼저 연상되는 것이 가미카제와 할복자살일 만큼, 당시 일본은 비정상적인 국가로 여겨지고 일본과 직접적으로 싸운 미국은 합리적인 근대국가라는 이항대립의 이미지가 2차 세계대전을 다루는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의 전후 지성계를 대표하는 정치학자 마루야마 마사오가 쓴, 일본의 초국가주의의 기원에 관한 글들은 이러한 선입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