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께 여러번 자문을 구하고 조모임을 통해 수정 보완하여 직접 작성한 레포트 입니다. 잘되어서 뿌듯하고 학점도 잘 받았습니다.
한말 우리나라에 와서 살았던 독일 사람 뮐렌도프는 ‘한국의 벼농사는 농사라기보다 원예’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유럽에 있어 농사란 광대한 토지에 사람의 품을 별로 들이지 않고 영위하는 생업인 반면에 원예는 좁은 땅에서 많은 품을 들여 영위하는 생업이기 때문이다.
李圭泰 의 < 한국인의 의식구조 1, 2, 3 > 에서는 바로 이런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인의 의식구조>에서는 미작(米作)과 한국인의 억센 가족의식을 밀접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근거로 이 원예성의 벼농사는 자상하고 섬세하며 성의가 있는 손길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에 실제 논을 갈더라도 보다 깊이, 김을 매더라도 보다 성의있게 맬수록 수확량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처삼촌 무덤 벌초하듯 하면 수확량은 형편없이 줄 수 밖에 없다.
처삼촌이라는 가족관계의 거리만도 성의가 격감하는데 하물며 남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하기에 가급적 친근한 가족끼리 참여해야 하는 가족 집약 노동을 요구하고 농업노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친밀성이 강할수록 그 수확량이 커진다. 곧 미작(米作)의 농업 자연은 가족노동을 요구하고 이 가족노동이 한국인으로 하여금 가족 의식을 강하게 한 중요한 복합요인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촌락 공동체의식이 강한 것도 한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가족에 버금가는 친밀권에 속한 사람들이�, 주어진 각박한 시한 속에서 가족노동으로는 감당해 낼 수 없기에 친밀권 내 사람끼리 공동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촌락 공동체의식이 또한 강하여, 촌락 이외의 세계는 나와 아랑곳없는 세계로 생각하는 성향이 강하게 있어 왔다. 한국인에게 가족이나 촌락 같은 협역에의 봉사 희생의식이 발달한 반면에 공공 국가 같은 광역에의 봉사 희생의식의 미성숙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 이유로 미작중심의 농업자연에서만이 아니라 한국의 취락구조에서도 찾고 있다. 서양의 도시에는 반드시 광장이란 중심지를 복판으로 하여 길이 방사선형으로 나고 그 길가에 취락을 한다. 광장은 그 도시에 사는 사람의 인간 관계의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