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어린 시절에 내용과 주제에 취해 읽던 장길산이나 객지를 볼때는 그저 재밌다고만 여겼지, 황석영 문체의 맛을 몰랐었다.
바리데기를 읽으면서 투박하면서 서사적인 이야기꾼 황석영을 재발견했다. 황석영 문체의 맛이다. 묘사는 사실적이고 흐름은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이북사투리는 좀체 들어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지만 리듬과 어감을 느끼노라면 실감이 대단했다. (사족 : 이북사투리는 북방 특유의 경제적이고 투박한 면이 느껴졌다. 한편 어찌나 생경한지 무슨 말인지 도통 못알아 듣겠던 구절도 꽤 되었다.)
바리데기는 이성적으로 설명 가능한 팩트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무의식, 특히 집단무의식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책이다. 이런 정신세계를 사실적으로, 만져질 듯 구체적인 양감으로 그려내는 작가의 능력이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