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구빈법으로 번역되기도 하는 빈민법은 봉건제가 쇠퇴하고 절대주의 국가가 성립하는 시기 경제구조의 변화에 의해 농촌에서 유리(遊離)된 부랑자들이 급증하던 사회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빈민법 체제의 핵심적 특징은 이들에 대한 사회통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유럽은 신대륙의 발견과 이에 따른 상품화폐경제의 발전하면서 이전 경제체제의 핵심이었던 대규모 농업경작 시스템, 즉 장원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당시 부흥했던 양모 산업으로 인해 농경지였던 장원의 토지가 목초지로 변화되었다. 16세기 국제적인 양털가격의 상승으로 양 목축업이 호황을 누리자 지주들이 자신의 농토와 공유지를 양목장으로 바꾼 것에서 시작하여 19세기 초까지 확산된 엔클로저(enclosure)는 취약한 영세 소농과 일용노동자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이들은 공유지에서 자신의 소와 양을 키워 부족한 생계비를 보충했으며 건축용 목재와 땔감을 조달하며 생활해 왔는데 엔클로저는 이들 가난한 농민들의 생활근거지를 빼앗아 버린 것이다. 결국 이들을 비롯하여 농경에 종사하던 많은 수의 농노들은 소수의 목동만을 제외하고는 삶의 근거지를 잃게 되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경제구조의 변동에 따른 실업자로 전락한 것이다. 결국 이들 실업자들은 삶의 터전을 떠나 부랑하게 되었다.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바처럼 부랑인들의 존재는 사회적으로 긴장을 유발하고 불안을 야기하는 것으로 비쳐지게 되었다. 이에 부랑빈민에 대한 억압적인 정책들이 대두하였다.
또 14-15세기에 걸쳐 유럽 지역에서 맹위를 떨친 흑사병과 흉년은 농민들의 생활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중세 말 이후 서구의 주요 도시는 증가하는 걸인 문제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식들을 고안해내기 시작하였다. 걸인을 등록케 한다든가, 걸인을 원거주지로 추방한다든가. 해당 도시의 걸인 가운데 구걸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걸인에게만 '구걸허가증'을 발급한다든가, 혹은 걸인들의 동태를 감시하는 감독관리를 임명한다든가 하는 등의 조치들이 취해졌던 것이다.
영국에서 구빈과 관련한 일련의 중요한 입법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1349년 노동자칙령(Ordinance of Labourers) : 노동능력이 있는 걸인들에게 개인적 자선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2/ 1388년 케임브리지법(Statute of Cambridge) : 모든 노동자와 걸인들의 이동을 금하고, 노동능력이 없는 빈민들의 구제를 각 지방의 책임으로 규정하였다.
3/ 1564년 합법정주법(Statute of Legal Settlement) : 이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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