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플랜테이션, 노예무역, 그리고 전염병에 관하여
1. 노예무역과 전염병
맥닐의 『전염병의 세계사』에 따르면, 각 문명은 제 나름의 질병들을 보유하는 ‘질병권’이다. 비교적 고립되어있던 질병권들이 15,16세기에 들어 서로 조우하게 되면서, 사람과 상품과 같은 큰 덩어리들 말고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질병’까지 교류하게 되었다.1)1) 윌리엄 맥닐, 김우영 역, 『전염병의 세계사』, 이산, 2005.
이 논문에서는 아메리카 플랜테이션의 발전과 그로 인한 대규모 아프리카 노예 수입이 어떻게 인구학적, 유행병학epidemology적 현상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아메리카는 정복자인 유럽인과 플랜테이션의 노동력인 흑인 노예, 그리고 원주민인 인디오, 그리고 그 외에 다양한 지역의 노예들이 만나는 곳이었다. 플랜테이션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간 노예무역이 활성화되었으며, 이는 다양한 질병을 보유한 열대 아프리카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노예무역으로 인해 강제로 아프리카를 떠나온 흑인 노예들(황열병의 경우 노예상선에 올라탄 모기에 의해)은 신대륙에 전염병을 퍼뜨렸으며, 또 제 자신이 노예로 매매되는 과정에서 전염병에 감염되었다.
2.1. 아메리카와 ‘환상의 조합’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노예무역의 큰 그림을 간단히 정리해보자.2)2) 2장의 내용은 Curtin, Epidemology and the Trade Slave, Political Sicence Quaterly, Vol.88, No.2, Jun 1986.을 주로 참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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