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 박씨전(朴氏傳) 작품 분석
작자 미상
[전략] 가설 용골대의 아우 용홀대 후원에 들어가, 풍경을 두루 구경하다가 한 편을 바라보니, 담 밖에 수목이 무성한 곳에 수십 칸 초당이 정결하고, 당우(堂宇)에 한 가인(佳人)이 홍상채의(紅裳彩衣)를 선명(鮮明)히 입고, 아미(蛾眉)에 시름이 가득하야, 수삼 세 된 아이를 좌우에 앉히고 희롱하거늘, 용홀대 한 번 보매 정신이 황홀하야 생각하되, ‘장부 세상에 났다가, 저런 미인을 사랑하지 못하면, 어찌 원통하지 아니리오.’ 하고 몸을 일어, 수백 철기(鐵騎)를 거느려 그 곳에 이르러 보니, 수목이 일시에 변하야 철기 되어, 기치(旗幟) 창검(槍劍)이 벌리듯 하는지라. 점점 나아가 보니, 장중(帳中)에 한 낱 영채를 세우고, 진문(陣門) 밖에 한 미인이 앞을 향하야 크게 꾸짖어 가로되,
“네 호국 장사 용골대의 아우 용홀대 아닌다 네 본대 오랑캐로 천의를 모르고 남의 나라를 침범하고, 또 감히 사부가(士夫家)의 규문(閨門)을 당돌히 범하니, 너 같은 놈은 죽여 후일을 징계하리라.”
하고 완완(緩緩)히 걸어 다라들며 이르되,
“네 나를 아는다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광주 유수 이공의 부인 박씨의 시비 계화로소니, 네 선봉이 되었다가 나 같은 여자의 손에 목 없는 귀신이 될 터이니, 어찌 불쌍하고 잔인하지 아니리오.”
하며,
“내 칼을 받으라.”
하는 소래, 옥반(玉盤)에 진주(眞珠)를 구을리듯 한지라. 용홀대 바라보니, 그 미인이 머리에 태화관(太和冠)을 쓰고, 몸에 홍금사 화의(紅錦沙華衣)를 입고, 허리에 측금사만대를 두르고, 손에 용문자 화검(龍文字華劍)을 들고, 완연히 섰으니, 나는 제비 같은지라. 용홀대 정신이 어찔하나 분기를 참지 못하야 다시 정신을 차려 꾸짖어 가로되,
“조고마한 여자 엄연히 장부를 꾸짖는다 내 너를 잡지 못하면 어찌 세상에 서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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