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 운영전(雲英傳) 작품 분석
작자 미상
남대문 밧 쳥파(靑坡)에 유영(柳泳)이란 선비가 잇다. 그는 빈한하야 맛처 입을 의복도 업고, 흣터진 두발에 무든 얼골로 거리에 왕래함으로 여러 유객(遊客)들에게 비읏슴과 만흔 천대를 바들 이다.
만력 신축(萬曆辛丑) 춘삼월(春三月) 긔망에 유영이 춘흥을 못 이기여 홀로 한 병 술을 들고 처자도 업고 의지 업는 고독한 몸이 표연이 궁문(宮門) 안으로 드러갓다. 보는 자마다 유생에 의복이 남루함을 손구락질야 비웃지 안는 자가 업섯다. 그러나 유생은 그 말에 굴복지 안케다는 긔개(氣槪)를 가젓스나, 그래도 무료한 듯이 얼골을 불킨 채로 후원으로 드러가 놉흔 곳의 올나가서 사면을 바라보니, 새로이 병화지변(兵火之變)을 경과한 오늘날에 장안의 궁궐과 만성의 화려한 가옥이 폐퇴(廢頹)되야 지나간 옛날에 성관(盛觀)을 볼 수 업고, 다만 현실(現實)에 보는 무너진 담과 여진 긔와가 벌려 잇고, 팔안 풀들만 변함이 업시 싹이 나서 잇슬 이오, 모든 관렴(觀念)은 말할 것 업시 압흐기만 할 이다. 그리고 동랑(東廊)의 두어 간이 초연이 잇서 전일을 말하는 것 갓다. 유생은 만고 성쇠의 옛자최를 감회하면서 느린 걸음으로 서원(西園)에 드러가니, 천셕(泉石)이 유슈(幽邃)한 곳에 백훼(百卉)가 총생(叢生)하엿는데, 이 거림자는 맑은 못 속에 러저 잇고, 만디 락화(滿地落花)의 사에 자최가 업스며, 다만 바람이 사르를 불 마다 복욱(馥郁)한 향긔가 사람의 코를 스치고 갈 이다. 유생은 호올로 바위 우에 안저 침착한 어됴로 소동파(蘇東坡)의
我上朝元春半老 내가 상조원 춘에 반나마 늙어스니
滿地落花無人掃 만디락화에 쓰는 사이 업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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