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시인'이라는 말을 들을 때면, 나는 의젓하고 고아한 모습의 지성인이나, 세상을 등지고 살면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광적인 행동을 하는 이인을 떠올린다. 물론 내가 시에 대해 무지한 것에서 나온 편견이긴 하지만, 이른바 '유명한' 시인이라고 해서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라곤 이육사나 윤동주같은 저항시인이거나 이태백이나 김시습 같은 광적인 작가들뿐이었던 것도 일조를 했던 것 같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이렇게 편협된 시각을 가진 나에게, 소박한 표지에 작게 박혀 있던 시인 천상병의 사진은 가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일그러진 얼굴에 마음대로 헝클어진 머리...... 고된 삶에 찌든 사회 하층민을 보는 듯했다. 그런 그의 사진을 처음 본 순간의 느낌은 정말 당황스럽고 약간은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는 사진을 찍을 때에는 자의로든 타의로든 예쁘고 멋있게 꾸며서 찍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나 자신이 초등학교 졸업 앨범을 찍을 때만 해도,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들이었는데도 모두들 들떠서 조금이라도 잘 나오게 하려고 안간힘을 썼던 일들이 기억이 난다. 하물며 자신의 시집에 내는 사진은 오죽할까. 또, 그런 사진은 일반 사진관에서 찍는 것도 아니고 출판사에서 특별히 신경을 써주는 부분일텐데 어떻게 그렇게 찍을 생각을 했을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그 꾸밈없는 모습이 긍정적인 인상으로 바뀌게 되었고, 나중에 그의 외모가 손상된 이유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처음 내가 가진 섣부른 선입관이 몹시 부끄러웠다. 그리고 점점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빠져드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정상인으로 보기 힘들 것 같은 모습으로, 내가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전형적인 시인의 모습을 완전히 탈피한 그런 모습으로, 천상병 시인은 나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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