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고 처음에는 자살이라는 종지부를 택한 영선이라는 여자를 통하여 느낀
점을 글로써 쓰려고 했으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 하나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듯
하여, 그저 단순한 독후감을 쓰기보다는 여성학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제 나름대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새 여자의 삶을 따로 따로 짚어 봄으로써,
처음에 이 영화의 원작이 되었던 글을 쓴 공지영씨의 의도를 정리해 볼까 합니다.
우선 혜완이라는 인물을 보면, 대학 동창생과 결혼을 했으며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삶을 살았으나, '여자는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고를
지닌 남편과의 원활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던 도중에 일순간의 부주의로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후에, 그 책임을 추궁하며 폭행을 행하는 남편과 이혼하고는
자아실현이라는 이념을 계속하여 추구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지 자식 죽인 애미라는 소리 듣고 살아본 적 있니
아이가 살아있던 수억 초의 시간들 속에서, 내가 그 애의 손을 놓았던 건, 단 그 몇
초뿐이었어. 그런데 신(神)은, 아이를 데리고라도 일을 해 보겠다는 나 대신에, 아이를
내 팽개치고 잠을 자던 남편을 용서했지. 그 때 깨달았어, 신(神)도 남자란 걸!
그래, 신(神)도 남자지. 이젠 절대로 속지 않아.』
혜완이가 했던 이 말 속에서 제가 느꼈던 것은, 과거의 경험 속에서 자신의 가슴에
응어리진 상처로 인하여 남자를 증오하는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만 볼 것이 아니라 혜완이의 다른 면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선우씨 방에 불이 켜져 있으면, 온 아파트 단지가 쾅쾅 울릴 정도로 가슴이 뛰어,
그렇게 사랑해. 선우씨가 한 밤중에 불러서 내 발 좀 닦아줄래라고 해도 난 그 발에
입맞출 만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하지…. 하지만, 남자의 사랑 때문에 내 자신을
포기할 만큼 그렇게 사랑하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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