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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의치숙痴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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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숙(痴叔)
채만식
줄거리
우리 아저씨 오촌 고모부는 한참 당년에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징역살고 나와서 폐병으로 시방 앓고 누웠다. 10년 적공, 대 학교까지 공부한 것도 풀어 먹지도 못하고 있다. 좋은 청춘 어영부영 다 보내고, 신분에는 전과자라는 붉은 도장이 찍혔다. 몸 에는 몹쓸 병까지 들었다. 이 신세를 해가지고 설랑 굴속같은 오두막집 단칸 셋방 구석에서 사시장철 밤이나 낮이나 눈 딱 감고 드러누웠다. 재산은 없어 서발 막대 내저여야 짚검불 하나 걸리는 것 없는 철빈이다.
16살에 시집온 아주머니가 어질고 얌전해서 삯바느질, 남의 집 품빨래, 화장품 장사를 해서 겨우 목구멍에 풀칠을 하고 있다. 아저씨 양반은 나이도 어리기도 했지만 공부를 한답시고 서울로, 동경으로 십여 년이나 돌아 다녔고, 조금 자라서 색시 재미를 알 만하니까 이혼하자고 아주머니를 친정으로 내쫓고 첩을 들여 앉혔다. 아저씨는 학생 출신의 여편네를 얻어다가 딴살림을 차 렸는데 내가 보니 쌍판대기라고 별반 출 수도 없이 생겨 소박맞은 우리 아주머니가 월등 예뻤다.
아저씨는 그후 붙들려가서 오년이나 옥살이를 하고 그 동안 아주머니의 시집과 친정은 모두 망하게 되며 아주머니는 옥바라지를 위해 서울로 옮겨온다. 그래서 20년을 설운 청춘 한숨으로 보내고 다아 늦게야 송장치게 생긴 그 양반을 그래도 남편이라고 모 셔다가 병수종을 들랴, 먹고 살랴 무진 애를 쓰고 다니는 게 참 가엾다. 내가 여러번 개가를 권하였고 마침 좋은 자리(우리 주 인이 조선 여인을 구한 바 있음)도 있었으나 아주머니는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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