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金)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深深山川)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深深山川)에도 금잔디에.
이 시의 첫 부분 '잔디/잔디/금잔디'를 3행으로 배치한 것은 시의 리듬을 위한 소월의 특별한 배려이다. 이런 행갈이는 소월의 다른 시, 접동새에서도 볼 수 있다. '접동/접동/아우래비 접동'. 행갈이에 대한 세심한 배려로 <금잔디>는 경쾌한 리듬을 갖고, 또한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슬픔이나 탄식의 연상작용에서 벗어나고 있다.
소월의 시에는 임이 많이 등장한다. 이 시에 등장하는 임은, 다른 시에서와는 달리,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 이미 '가신 님'이다. 화자는 그 '가신 님'이 너무 그리워 온 대지에 봄빛이 완연한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가신 님 무덤 가에 금잔디'(5행)를 보고, 그 바알갛게 불붙는 금잔디를 보고 봄이 곁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때 비로소 버드나무 실가지에 찾아와 있는 봄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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