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의 시 비평에 대한 고찰
1. 이원적 대립의 구조
김현만큼 생전과 사후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 비평가도 흔치 않을 것이다. 그는 실제비평을 통하여 비평의 대상이 된 여러 작가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고, 그를 따르는 동료, 후배, 제자 및 그의 글을 좋아한 독자들에게 깊은 영향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그와 대립되는 견해를 가진 작가, 비평가에게도 논쟁이나 공격의 대상이 되어 그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도 대학 시절 김현의 글을 통하여 시의 이해와 해석에 입문하였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한번 읽어 쉽게 그 뜻을 파악할 수 없었던 김춘수, 고은, 정현종, 오규원, 황동규 등의 시를 이해하는 데 김현의 글은 여러 번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그의 감각적이고 유려하면서도 거침없는 문체와, 시행 하나하나를 꼼꼼히 음미하는 분석적 태도는, 다른 사람들의 고답적이고 교시적인 문학론과는 아주 다른 인상으로 나를 압도하였다.
그와의 실제적인 접촉 없이 나는 문학 공부를 계속하였고, 어느덧 시에 대해 몇 마디 말할 수 있는 자리에 놓이게 되었다. 물론 그 사이에 나는 김현 이외의 여러 사람들을 통하여 많은 것을 배우려 하였다. 그렇다고 김현의 존재가 나에게서 아주 잊혀진 것은 아니었다. 나의 어린 시절 빛나는 산처럼 나를 압도하던 그의 문학은 80년대에도 지속되었다. 그러나 그 빛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내가 이르자 온통 휘황한 빛으로만 보이던 큰 산은 자신의 윤곽을 드러내고 그의 작은 골짜기, 어두운 계곡, 마른 개울바닥까지 보여주었다. 1990년 6월 27일 그가 타계함으로써 그의 글은 한 시대의 생산물로 완결되었고, 그와 나는 글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관계로 굳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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