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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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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
이 소설은 문예중앙 94년 가을호에 실렸던 윤대녕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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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봄날......비 내리는 오후
「흐린 봄철 어느 오후의 무거운 일기(日氣)처럼, 그만한 우울이 또한 필요하다. 세상을 속지 않고 걸어가기 위하여 나는 담배를 끄고 누구에게든지 신경질을 피우고 싶다」(김수영,〈바뀌어진 지평선〉).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중서부 지방에는 낮부터 한두 차례 비가 오겠다. 남부 지방은 오후 늦게나 밤에 비가 조금 오겠다.
5월 7일자 《조선일보》는 일기 예보를 이렇게 적고 있다.
그 옆에는 담배 꽁초를 버리며 비가 내리고 있는 지평선을 향해 걷고 있는 사내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해 뜨는 시각은 05:30, 해 지는 시각은 19:28. 그리고 달이 뜨고 지는 시각은 각각 20:54과 05:59이다. 내일 새벽에도 해 뜨는 시각이 오늘과 비슷하다면 해가 뜨고 나서도 약 30분이 지나야 달이 지게 된다. 비 올 확률은 서울과 춘천이 모두 60%, 지역별 예상 기온은 서울이 16~20℃, 춘천이 13~21℃. 구름 사진을 보니 나이테처럼 생긴 저기압선이 만주 벌판에서 서서히 한반도 쪽으로 내려오고 있다. 중국 동북부와 일본 열도는 고기압 세력권에 놓여 있다.
오늘 춘천으로 가면 서울에서보다 조금 일찍 비를 맞겠다. 하지만 내일 새벽 달이 지는 것을 볼 수 있을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15:35에 청량리역에서 춘천행 통일호 열차를 탄다.
그녀가 경남 양산에 있는 통도사의 말사인 내원사에서 행자로 머물다 사미니계를 받고 집으로 내려온 것은 일 주일 전의 일이다. 봄은 갓 낳은 달걀과도 같았다. 군데군데 피가 묻어 있고 따뜻하고 애잔한 생각마저 들었다. 지난 가을 홀연히 사라지고 나서 그녀는 팔 개월 만에 그렇게 초란(初卵) 같은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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