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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의운수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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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현진건
줄거리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 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 날이야말로 도성문 안에서 인력 거꾼 노릇을 하는 김 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그는 근 열흘 동안 줄곧 공을 쳤다. 그런데 비가 추적거리며 내리는 날 그에게 운이 크게 열린다. 첫 마수로 문안에 들어가는 앞집 마님을 전찻길까지 모셔다 드렸다. 그리고 행여나 손님이 없을까 기다렸는데 교원인 듯한 양복쟁이가 동광학교가지 태워 달 라고 했다. 그리하여 50전과 30전 합하여 아침 댓바람에 80전이 생겼다.
그에게는 기침으로 쿨룩거리며 누워 있는 아내가 있다. 그리고 조밥도 굶기를 밥먹다시피 해왔다. 그녀는 설렁탕을 한 번 먹어 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김 첨지는 아내에게 그걸 사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웬 떡인가, 동광학교문을 돌아나올 때 기숙사 학생이 남대문역까지 가겠다고 나서지 않는가. 그는 이상하게 계속되 는 행운에 겁을 먹는다.
집을 나올 때 광경을 생각하던 그는 앞집 마나님이 부르러 왔을 때 뼈만 남은 얼굴에 유달리 크고 움푹한 눈을 하고 나가지 말 라고 애걸하던 아내를 생각한다.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나설 때 목멘 소리로 일찍 들어오라던 아내의 울 듯한 얼굴과 유달리 큼직하고 경련적으로 떠는 손이 김 첨지의 눈앞에 어른거린다.
조급해 하는 학생에게 김 첨지는 좀 과다한 삯으로 1원 50전을 불렀다. 제 입으로 부르고도 스스로 엄청난 돈 액수에 놀란다. 그런데도 그 학생은 인력거를 탄다. 가뿐한 마음으로 인력거를 몰던 김 첨지는 집이 가까워 오자 아내의 원망하는 듯한 모습과 아들 개똥이의 곡성을 떠올리며 다리가 무거워지고 엉거주춤 멈춘다. 손님이 이러다가는 늦겠다고 초조하게 부르짖자 정신을 차 린 그는 인력거를 다시 끌기 시작하는데 집이 차차 멀어지면서 다리에 힘이 붙고 신이 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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