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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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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남들이 다 돌아올 시간에 그녀는 떠난다. 밤에 더욱 빛나는 야광을 몸에 바르고 번쩍이면서 일몰의 저녁 순간에 불확실한 그림자를 길게 끌며, 지치고 더러운 거리로 나가기 시작한다. (최인호, <별들의 고향>)
1970년대 고도성장이 노동자․농민의 소외와 함께 드리운 또 하나의 그늘은 향락산업의 발흥이었다. 성장의 결실에서 소외된 계층의 몸부림이 있는 한편에서 소수의 수혜자들은 두툼해진 지갑을 개인적 쾌락을 위해 선뜻선뜻 열고는 했다. 호스티스라는 직업이 일반화한 것이 70년대 들어와서의 일이다. 술집을 찾는 남자 손님들의 말상대 노릇을 하며 때로는 몸을 팔기도 하는 이들은 봉건시대 기생의 후예라 할 만했다.
1972~3년 신문연재를 거쳐 출간된 <별들의 고향>은 이 새로운 직장여성을 본격적으로 등장시킨 소설로서 이른바 호스티스 문학'의 선도 구실을 했다. 착하고 예쁜 처녀 오경아를 나락으로 이끄는 것은 곤궁한 경제와 운명의 심술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가난 때문에 대학을 1학년에 그만둔 뒤 믿었던 남자에게 버림받고, 가까스로 결혼해 모처럼 안락한 가정을 꾸미는가 했으나 이전의 낙태수술 후유증으로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됨으로써 다시금 버림받은 여자. 호스티스는 그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의 이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별들의 고향>이 호스티스라는 직업의 연원과 현상에 관한 사회경제적 성찰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소설은 오히려 경아의 운명의 변전을 개인 차원의 사나운 팔자' 정도로 치부해버림으로써 동정적인 독자들의 눈물은 자아낼지언정, 전형성의 요건을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어쨌든 경아는 몰락하고, 스물일곱의 이른 죽음을 맞는다. 첫 남자에게 몸을 허락할 때나, 짧은 평생 동안 단 한번이었던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도 버림받지 않기를' 바랐던 경아는 그 바람도 헛되이 거듭 버림받고 혼자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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